입시뉴스 > 입시뉴스 > 고교 이름만 보고 가면 길 잃기 딱 좋아요

제목 그대로였다. ‘대학보다 더 복잡한 고교 입시’ 설명에 탄식이 흘러나왔다. 강의를 맡은 김덕경 교사의 말마따나 두 시간으로는 어림도 없을 방대한 정보가 쏟아졌다. 사회를 맡은 송인수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고입 전형 방식을 이대로 둘 것인지,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에 앞서 일단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알아봄으로써 학부모들이 제대로 된 결정을 내릴 수 있게끔 도울 필요가 있겠다고 판단해 ‘입시 정보 특강’을 기획하게 됐다는 것이다. 3월31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세 번째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진로 담당 교사가 된 지 3년째다. 본래 영어 교사였다. 가르치는 일을 절대 놓고 싶지 않았는데, 유럽 탐방을 갔다가 진로 교육이라는 게 있다는 걸 알게 된 뒤로 삶이 바뀌었다. ‘한국에는 왜 이런 게 없을까’ 아쉬워하던 차에, 2012년 한국에도 드디어 진로 교육이 도입됐다. 이게 내가 갈 길이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틀었다.

내가 오늘 이 자리에 설 용기를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커리어넷(www.career.go.kr) 사이버 상담요원이어서다. 각종 진로 관련 정보를 담고 있는 이 사이트에 상담 코너가 있다. 학생들이 진로와 관련된 문의를 하면 교사들이 답변을 달아주는 코너인데, 현재 전국의 진로상담 교사 150여 명이 여기 참여하고 있다. 덕분에 전국에 있는 진로상담 교사들과 정보를 교류하면서 초등학생에서 고등학생까지 다양한 학생들의 고민을 접하고 있다.


ⓒ시사IN 이명익 3년째 진로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덕경 교사는 커리어넷 사이버 상담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고교 입시에 대해 본격적으로 살펴보겠다. 먼저 고교 유형부터 알아보자. (○○과학고, △△영재과학고, □□기계공고 등 고교 이름 40여 개가 적힌 명단을 보여주며) 이 학교들이 유형별로 어떤 고등학교에 속하는지 아시겠나? 과학고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면 다 같은 과학고일까? 그렇지 않다. 내가 가르치는 중3 학생이 자기는 과학자가 되고 싶으니 서서울생활과학고에 가겠다고 하더라. 누구한테 그 학교 얘기를 들었느냐고 물었더니 친구라더라. 그래서 농담으로 그랬다. 그 친구랑 앞으로 놀지 말라고(웃음). 서서울생활과학고는 조리학과·뷰티아트학과 등을 운영하는 특성화 고교다. 과학자와는 거리가 멀다.

고교 유형이 엄청나게 다양해졌다. 이 학교들을 어떻게 구별할지, 그중에서도 내 아이에게 맞는 학교는 어디일지 판단하기가 결코 쉽지 않다. 일단은 나름 정확한 정보를 제공한다고 판단되는 유용한 사이트부터 알려드리겠다. 교육부가 운영하는 교육통계서비스(kess.kedi.re.kr)를 먼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사이트 자료실을 찾아 들어가면 유·초·중등 주소록이 매년 업데이트되어 있다. 이곳에 고교 유형이 표시돼 있다. 특목고에서 자율형 사립고로 바뀐 용인외고처럼 유형이 바뀌는 학교들도 있으니 참조하시라. 더 직접적으로는 고입정보포털(www.hischool.go.kr) 사이트가 유용할 것이다. 이것도 교육부가 운영한다. 고교 유형별 입학 전형에 관한 안내 등이 이 사이트에 상세하게 나와 있다. 학교알리미(www.schoolinfo.go.kr)도 참조하시라. 학교 시설, 교사 수, 남녀 교사 비율, 학업성취도 현황 등 내 아이가 가고 싶은 학교에 관한 모든 통계 정보를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지역별로는 진로진학정보센터를 기억해두시라.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www.jinhak.or.kr), 부산진로진학정보센터(dream.busanedu.net)처럼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을 ○○에 대입해 찾아보시면 된다. 해당 시도 교육청이 운영한다. 이곳에는 진로와 관련된 많은 정보 외에 수시·정시 전형, 논술·적성 고사 기출문제까지 정리돼 있다. 진로 적성검사도 이 사이트에서 가능하다. 검사를 하고 나면 내 적성에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이 직업을 갖기 위해 어떤 학과에 진학하고 어떤 자격증을 갖춰야 하는지 등 상세한 로드맵도 제공받을 수 있다.

이제 고교 유형별로 설명드리겠다. 고등학교는 선발 시기에 따라 전기고와 후기고로 나뉜다(아래 표 참조). 원칙적으로 모든 중학교 졸업생은 전기고 1회, 후기고 1회를 지원할 수 있다. 단, 영재고와 마이스터고는 예외다. 이들 학교는 전기고에 앞서 전형을 치른다. 전형에 떨어져도 전기고에 다시 지원할 수 있다. 영재고 낙방생은 과학고나 미달이 된 자사고에 지원이 가능하고, 마이스터고 낙방생은 특성화고나 일반 인문계고에 지원할 수 있다.

영재고의 경우 이미 전형이 시작됐다. 3월 초~4월에 원서를 받는다. 현재 전국의 영재고는 모두 8곳. 한국과학영재고(부산)·서울과학고·대구과학고·경기과학고·대전과학고·광주과학고 등 기존 6곳에다 지난해 2개 학교(세종과학예술고·인천과학예술고)가 새로 생겼다. 과학이면 과학, 예술이면 예술이지 과학예술고는 뭐냐고 궁금해하실 수도 있겠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나 스티브 잡스처럼 수학·과학에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면서 예술·인문적 소양을 함께 갖춘 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겠다고 만들어진 것이 이들 과학예술고다.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전성시대라 부르는 이유

마이스터고는 한마디로 장인을 기르는 학교다. 전기·항공·기계·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의 마이스터고가 전국에 분포해 있는데, 이 중 한 곳을 자기가 사는 지역과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이들 학교는 학비가 없고, 선취업이 목적이다. 원할 경우는 3년가량 현장에서 일한 뒤 ‘재직자 특별전형’으로 대학에 진학할 수도 있다. 수시나 정시를 볼 필요 없이 고교 성적과 재직증명서만 있으면 면접으로 전형을 치르는 방식이다. 현재 서울대·연세대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대학이 재직자 특별전형을 실시 중이다. 하이파이브(www.hifive.go.kr)라고 마이스터고·특성화고 정보만 모아놓은 포털 사이트가 있는데, 이곳에 들어가면 대학 진학에 대한 정보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세종대 호텔경영학과의 경우 올해 수시·정시로 뽑은 인원이 36명인데,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 출신이 지원할 수 있는) 재직자 특별전형으로는 60명 이상 선발했다. 정부도 고졸 인재를 우대하겠다던 약속에 따라 9급 공무원 등 공공부문 신규 채용자의 20%를 고졸자로 선발하고 있다. 정부가 이들 학교를 지원하는 것은 산업 현장에 젊은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서다. 대학을 졸업하고서야 취업시장에 뛰어드는 구조를 개선해보려는 것이다. 감히 말씀드리건대 지금은 마이스터고나 특성화고의 전성시대라 할 만하다. 정부가 약속을 계속 지킨다는 전제만 충족된다면 말이다.

다음은 전기고에 대해 설명드리겠다. 전기고에는 특목고(과학고·외고 등), 자율학교, 특성화고, 자율형 사립고 등이 있다. 과학고(총 17곳, 앞서 영재학교로 분류한 과학고와 다르다)는 7월부터 원서 접수를 시작해 2학기에 전형이 진행된다. 외고(총 37곳)와 국제고(총 7곳)는 자기가 거주하는 지역에 있는 학교에만 지원이 가능하다. 단, 자기가 사는 곳에 외고가 없을 때는 다른 지역에도 지원할 수 있다. 예술고(총 28곳)와 체육고(총 15곳)는 전국 단위로 학생을 선발한다.

영재고나 특목고, 자사고는 대부분 자기소개서(자소서)를 요구한다. △이 학교를 지원하게 된 동기 △이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노력한 점 △진로 및 장래희망 △교내외에서 수행한 탐구활동 등을 구체적으로 적게 돼 있다. 지문만 봐도 골치 아프다. 그렇지만 자꾸 들여다보면 답이 나오게 돼 있다. 나는 아이들에게 자소서를 최소 열 번은 다시 쓰게 한다. 그러면서 “동아리 활동 때 무슨 일이 있었어?” “수련 활동에서는 뭘 느꼈어?” 같은 질문을 계속 던진다. 그러다 보면 아이의 색깔이 드러나게 돼 있다. 부모들도 아이와 대화를 계속함으로써 구체적인 내용을 끌어내야 한다.

생생한 자기 이야기가 담긴 두 아이의 자소서

과학고에 합격한 학생의 자소서를 한번 보시라. “수학 관련 서적에서 제논의 역설 중 하나인 ‘아킬레스와 거북이’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빠른 발을 소유한 아킬레스가 거북이를 영원히 따라잡을 수 없다는 내용이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수학적 증명이 가능한지 궁금했다. 내 말을 들은 학교 수학 선생님께서는 이 문제의 수학적 증명을 위해서는 무한등비수열, 무한등비급수 등을 알아야 한다며 이를 설명해주셨다. 선행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던 나로서는 처음 듣는 내용이라 어려웠지만, 설명이 끝난 후 교실로 돌아가 40분 동안 노트에 정리를 하면서 다시 문제를 푼 결과, 100초가 지나게 되면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따라잡을 수 있다, 따라서 제논의 주장은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수학에 대해 더욱 흥미를 갖게 되었고, 무엇이든 개념을 밟아가며 천천히 풀다 보면 어떤 문제도 풀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자소서에는 이처럼 자신만이 아는 경험이 담겨야 한다. 다른 사람이 대신 써줄 수가 없다. 거짓말을 써봐야 면접 시 단번에 탄로가 나게 돼 있다. 특성화고에 지원한 또 다른 학생의 자소서도 보자. 전기 관련 특성화고를 지원한 이 학생의 경우 처음에는 ‘이 학교에 입학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딱 세 줄을 써왔더라. ‘전기가 좋아서, 전기가 우리 삶에 꼭 필요해서, 이 학교 졸업하면 한전에 취직하니까’라고(웃음). 그러나 입학 설명회를 찾아다니고, 이 학교 출신 선배를 만나 멘토링을 부탁하며 자소서를 고치고 또 고치는 과정에서 아이가 몰라보게 성숙해졌더라. 나중에는 A4 용지 4장을 꽉 채운 자소서를 가져왔는데, 내용이 이렇게 시작된다. “저희 아버지는 비닐하우스에서 식용작물을 재배하십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식물이 잘 자라려면 전기 에너지와 태양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런 아버지를 보면서 전기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전기 분야 최고의 기술자가 되는 것이 제 삶의 목표가 되었습니다….” 기특하지 않나. 결국 보석은 학생 안에 있다. 본인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야 한다.

자사고라고도 하고, 자율고라고도 하는 자율형 사립고는 전국에 49곳이 있다. 이 중에는 전국형 자사고라고 전국 단위 선발이 가능한 학교도 있다. 하나고·상산고·용인외고 등이 그렇다. 나머지는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만 지원이 가능한 지역형 자사고다. 중학교 내신성적과 출결로 정원의 1.5~2배수를 선발한 뒤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는 전국형 자사고와 달리 서울형 자사고는 정원의 1.5배수를 추첨으로 선발한 뒤 면접으로 최종 합격자를 선발하게 돼 있다.

특성화고(총 474곳)는 공업·상업·간호·복지·디자인 계열 등으로 나뉘어 매우 다양하다. 성적(고입석차연명부의 개인별 석차백분율)으로 뽑는 일반전형 외에 취업 희망자 전형, 가업 승계자 전형, 특기 소지자 전형 등 다양한 특별전형이 있는 만큼 반드시 희망하는 학교 홈페이지에서 내용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우리 학교에 석차백분율이 94% 정도인 학생이 있었는데, 자기는 운전사가 되겠다고 큰소리를 치고 다녔다. 저렇게 공부를 안 해서야 운전면허 시험이나 보겠나 싶었는데, 고입이 코앞에 닥치자 도움을 요청하더라. “우리 아빠가 지게차를 운전한다. 일하는 곳에 따라가 본 일이 있는데 아빠가 너무 행복해 보였다”라면서. 확인해보니 아버지가 실제로 사업자 등록증을 지닌 지게차 운전사였다. 그래서 한 특성화고의 가업 승계자 전형에 응시했고, 합격했다.

후기고에는 일반 인문계고, 자율학교, 중점학교 등이 있다. 서울의 경우는 중점 고등학교라는 것도 있다. 마포고·명덕고·신도림고·여의도고·용산고·숭의여고 등이 과학 중점고이고, 대원여고(음악)·송곡여고(미술) 등은 예술·체육 중점고이다. 이들 중점고에 진학할 경우 일반 인문계고와 동일한 수준의 학비를 내면서 과학이나 예술·체육 쪽으로 중점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서울 학생들은 후기고 지원 시 총 5개 학교를 지원할 수 있게 돼 있다. 중점고 중 1곳, 1단계(단일학교군) 인문계고 중 2곳, 2단계(거주지군) 인문계고 중 2곳 등이다. 그 밖에 학교장 선발 후기고(한국삼육고·한광고), 전국 단위 모집 자율학교(양서고·한일고·풍산고·거창고·거창대성고·공주사대부고 등), 학력 인정 평생교육학교(성지고·신동신정보산업고·연희미용고·일성여고 등)도 후기고에 속한다(다음 호에 계속).

정리·김은남 기자 ken@sisai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