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뉴스 > 입시뉴스 > 추천서는 교사가 쓰는데 사교육이 책임진다고?

안상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정책대안연구소 부소장은 전직 수학교사다. 이명박 정부 말기, 고3 담임을 맡던 중 ‘3000가지가 넘는’ 대입 전형 방식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대입 전형 방식은 복잡하고 어렵기만 하다. 실력 격차보다 정보 격차가 당락을 가를 판이다. 그런 만큼 부모 스스로 입시 현황을 알고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고 안 부소장은 말한다. 그래야만 사교육이 퍼뜨리는 왜곡된 정보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4월14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에서 열린 다섯 번째 강좌를 지상 중계한다.

나는 이른바 입시 전문가와는 거리가 멀다. 학원 설명회 같은 데 나오는 전문가들은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든다. 온갖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대학별 입시정보는 물론 개개인의 합격 여부까지 알려주겠다고 한다. 나는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그러고 싶지도 않다. 이런 업자들 앞에서 부모들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내가 건드릴 영역이 아니구나’ 하면서 자연스럽게 사교육에 의존하게 된다.


ⓒ시사IN 조남진 ‘전직 수학교사’인 안상진 부소장은 복잡한 대입 전형 방식 때문에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고 교육운동에 투신하기로 결심했다. 그는 “부모 스스로 입시 현황을 알고 판단의 주체가 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과연 이렇게 하는 게 정답일까? 심지어는 학생부 종합전형을 알아서 대비해주겠다는 학원도 있다던데, 이건 정말 말이 안 된다. 그분들을 무시해서가 아니다. 학생부 종합전형에 필요한 추천서를 쓸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교사뿐이기 때문이다.

먼저 대학 현황부터 보자. 대학은 일반대학·교육대학·산업대학·전문대학 이렇게 4가지로 구분된다. 이 중 4년제에 속하는 일반대학·교육대학·산업대학이 200여 곳, 2~3년제에 속하는 전문대학이 139곳이다. 2014년 이들 340개 대학의 모집 정원은 59만2554명. 수능을 치른 학생이 64만명이니, 이 중 92.5%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얘기다. 서울에 있는 대학의 정원은 수능 응시자의 11.4%가량 된다.

11.4%에 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좀 더 실감나게 설명해보자. 아이가 서연고(서울대·연세대·고려대)를 목표로 한다? 이들 3개 대학 모집정원이 1만444명이니 전체 수능 응시자의 1.6%에 해당한다. 여기에 들려면 학교에서 등수가 어느 정도여야 할까? 계산해보면, 고3 전체 학생이 350명인 학교에서 평균 고교석차가 5.6등은 돼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고3 전체가 10개 반으로 이뤄졌다 할 경우 이 중 서너 학급은 ‘서연고’ 합격자를 배출하지 못한다는 얘기다. 서울 지역 중상위권 대학으로 범위를 넓혀서 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중상위권 대학 11곳의 모집 정원은 3만5000명. 평균 고교석차는 19.3등이다. 곧 10개 반으로 이뤄진 학교에서 한 반에 2명가량만 이들 대학에 진학한다는 얘기다.

이제 본격적으로 대입 전형을 알아보자. 먼저 모집 목적에 따라 대입 전형을 분류하면 일반전형과 특별전형으로 나뉜다. 일반전형은 일반 학생을 대상으로 보편적인 교육적 기준에 따라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특별전형은 해당 대학이 특별한 전형 요소 또는 자격 기준을 마련해 학생을 선발하는 것이다. 특기자 특별전형, 대학별 독자적 기준에 의한 특별전형, 농어촌학생 특별전형, 특성화고 특별전형, 장애인 등 특별전형, 재외국민·외국인 특별전형 등이 이에 속한다. ‘대학별 독자적 기준’이 뭐냐고? 대학의 설립이념이나 가치관에 따라 국가보훈 대상자나 독립유공자, 민주화운동 관련자, 북한이탈주민 자녀 등을 따로 뽑는 것을 말한다.

모집 시기에 따라서는 수시모집과 정시모집 두 가지로 대입 전형을 나눌 수 있다. 수시는 수능 이외의 다양한 기준과 방법으로 신입생을 조기 선발하는 전형방식이다. 학생부·대학별 고사·서류 등으로 선발하는데, 중상위권 대학들은 대부분 수능을 최저학력 기준으로 활용한다. 특히 들어가기 어렵다는 대학일수록 수학 점수를 반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학 과목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다음 시간에 다시 설명드리겠다.

붙어서 후회할 대학은 ‘수시’ 응시하지 마라

수시는 여섯 번 복수 지원이 가능한데, 일단 수시에 합격하면 등록 여부와 관계없이 정시나 추가모집에 지원할 수 없다. 아무리 설명해줘도 이걸 잊어버리는 아이들이 있다. 수시에 합격한 직후에는 세상을 다 얻은 듯 들떠 있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너무 낮춰 지원했나?’ 하는 의심에 빠져든다. 대부분은 착각일 가능성이 높은데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수시를 보려는 아이들에게 꼭 이 말을 해준다. “붙어서 후회할 곳은 절대 응시하지 말라”고.

좀 더 구체적으로 수시모집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 △학생부 교과전형 △학생부 종합전형 △논술 전형 △실기(특기) 전형이 그것이다. 이들 전형을 위해 학생부·논술·수능 3가지를 다 준비하겠다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일단은 이 중 자기 주력 분야를 잡아야 한다.

먼저 논술 전형부터 보자. 논술 전형은 선발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상위권 대학에서 여전히 많이 활용하고 있다. 자사고·특목고처럼 내신이 불리한 학생들이 많이 지원한다. 교과·비교과 활동이 잘 대비돼 있지 않아 학생부 전형에 지원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단, 대다수 대학이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이를 맞출 수 있어야 한다.

논술 전형은 한마디로 자기 생각을 잘 정리해 풀어낼 줄 아는 아이들이 도전해볼 만한 전형이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고3이 되어도 자기소개서를 잘 쓰지 못한다. 글쓰기는 부모가 키워줄 수 있는 능력이다. 어려서부터 책 읽고 글 쓰는 훈련이 된 아이들이 나중에도 잘한다. 이과 계열은 조금 다르다. 이과 논술고사는 무조건 수학·과학을 잘하는 아이들이 유리하다. 아무리 논리적으로 사고 과정을 길게 풀어놓아도 답이 틀리면 그것으로 끝이다. 과거에는 논술고사에서 대학 3학년 과정에서나 배우는 미분·기하 문제를 내는 학교들이 있어서 사회문제가 되곤 했는데, 더 이상 그런 일은 없다. 지난해 3월 선행학습금지법이 제정되면서 이런 대학을 처벌할 법적 근거가 생겼기 때문이다.

학생부 교과전형은 말 그대로 교과 성적이 중심이 되는 전형이다. 문과는 국어·영어·사회, 이과는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주요 교과를 중심으로 성적을 반영한다. 성적이 뛰어나지는 않으나 학교 공부를 충실히 한 학생, 내신 성적이 모의고사 성적보다 좋은 학생, 교과 성적은 좋은데 비교과 활동(동아리 활동, 진로체험 활동 등)이 거의 없는 학생이라면 학생부 교과전형을 노려볼 만하다. 단, 학생부 교과전형에만 올인하다가는 위험 부담이 크다. 대학들이 요구하는 교과성적 기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기 때문이다. 논술은 어렵더라도 비교과 활동이나 수능 중 하나 정도는 더 준비하는 것이 좋다.

다음은 학생부 종합전형이다. 옛 입학사정관제 전형이 바뀐 거라고 이해하면 된다. 학생부 종합전형에서 교과성적은 기본이다. 그 밖에 비교과 서류평가 및 면접까지 중요하게 평가한다. 그럼에도 내가 부모님들께 가장 눈여겨보시라고 권하고 싶은 것이 이 전형 방식이다. 왜냐하면 정성평가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사람의 가치관이 개입되는 방식이라는 얘기다. 옛날 같으면 책 보거나 동아리 활동을 좋아하는 아이들은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라는 식의 잔소리를 들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학생부 종합전형에서는 이런 걸 인정해준다. 물론 ‘우리 애가 내신점수가 더 높았는데 왜 떨어졌느냐’며 억울함을 호소하거나, 대학을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특정 고교 출신을 우대하기 위해 종합전형 방식을 악용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대학도 분명 존재한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대학은 시간이 흐를수록 이를 잘 운용하는 편이다.

학생부 종합전형은 관심 분야가 있거나, 목표 진로가 확실한 학생에게 유리하다. 중요한 것은 그 꿈을 위해 어떻게 노력했느냐이다. 3년 내내 육사를 목표로 준비했던 여학생이 있었다. 비교과 활동도 병영활동 체험 등으로만 채웠는데, 결국 육사 시험에 떨어졌다. 그런데 이 아이가 훗날 숙명여대에 진학하더라. 입학사정관들이 “당신은 꿈이 바뀌었어도 또다시 열심히 노력할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아이의 자세를 인정해준 덕분이다.

상위권 대학, ‘학생부 종합전형’ 늘리는 추세

‘성장을 바탕으로 한 대입 전형’이라는 취지에 가장 근접한 것이 학생부 종합전형이다. 고1 때 성적이 좋지 않았으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성적이 쭉쭉 올라간 학생이 있었다. 이 학생에 대해 “비록 내신등급은 높지 않으나, 최근 몇 년간 본 학생 중 가장 발전 가능성이 높은 학생”이라고 추천서를 썼더니, 울산과학기술대에서 서류합격 통보가 왔더라. 학생부 종합전형을 위해서는 교사와의 신뢰 구축이 중요하다. 초창기에는 교사들이 모든 학생의 추천서를 좋게만 써주려 했으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정확하고 냉정하게 사실을 쓰는 편이다. 사실과 다르게 포장하는 학교나 교사는 블랙리스트에 올린다고 입학사정관들도 말한다. 최근에는 상위권 대학일수록 학생부 종합전형 비중을 늘리는 추세라는 점도 알아두시라. 상위권 15개 대학의 경우 지난해 학생부 종합전형으로 뽑은 학생 비중이 27.9%에 달했다.

수능을 기반으로 한 정시전형은 가장 보편적인 전형이라 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대학이 모집정원의 30%가량을 정시로 선발한다. 가·나·다 군에 세 번 지원할 수 있다. 수능은 학생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도전해볼 만하다. 2학년 때까지 놀다 뒤늦게 정신차렸다는 학생도 마찬가지다. 한국에서 수능은 패자부활전 성격이 강하다. 학교 시험보다 모의고사 성적이 좋은 학생도 수능이 유리하다. “입시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라며 사교육에 의존하겠다는 아이들도 수능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수시 비율은 증가하고 정시 비율은 감소한다.’ 이것이 앞으로 예정된 대입 전형의 큰 변화 방향이다. 수시 중에서도 논술 전형이나 적성검사 등은 비중이 감소하고, 학생부 전형 비중은 증가하게끔 예정돼 있다. 자세한 내용은 대학교육협의회(www.kcue.or.kr)나 각 대학 입학처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수능이 연도별로 어떻게 변하는지도 주목하시라(왼쪽 위 표 참조). 지금 고2가 수능을 치르는 2017학년도에는 문·이과별로 국어·수학 시험에 약간의 변화가 생기면서 한국사가 필수로 포함된다. 이를 두고 사교육업자들이 초등학교 때부터 한국사를 공부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잡던데 흔들리지 마시라. 수능 한국사는 학습 부담이 없도록 평이하게 출제하고, 절대평가를 도입해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누구나 1등급을 취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교육부가 발표했다. 상위 4%만 1등급으로 인정하는 지금의 수능 한국사 시험과는 다르다.

지금 고1이 수능을 치르는 2018학년도에 도입될 영어 절대평가는 폭발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중1이 수능을 치르는 2021학년도에 도입될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수능 또한 시한폭탄이라 할 만하다. 교육부가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 총론을 발표한 것이 지난해다. 교육과정을 바꾸겠다면 당연히 그에 따른 평가방식(수능) 또한 어떻게 바꿀지 밝혔어야 하는데, 교육부가 이를 2017년에나 발표하겠다고 미뤄버렸다. 2017년이면 임기 말을 맞게 될 정부가 이를 책임질 수 있을까? 학부모·학생들의 혼란만 가중될 판이다. 다음 시간에는 이렇게 변화하는 대입 전형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다(다음 호에 계속).

정리·김은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