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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문제] 기밀과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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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2013-03-20 21:07 | Hit : 1,5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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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2년 세계는 핵전쟁의 위협을 가까스로 비켜갔다. 중간선거를 조금 앞둔 시점에서 존 F. 케
네디 미국 대통령은 쿠바에 소련의 공격용 미사일이 설치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선언
했다. 소련도 강경한 태도로 나왔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태도는 유권자를 의식한 것인지, 아니
면 실제로 최후통첩의 성격을 띤 것인지 알 길이없었다. 두 당사자가 위기를 넘길 수 있었던 것
은 (비밀리에 이루어진)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상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
국은 소련의 요구사항을 들어줄 용의가 있음을몰래 알렸다. 터키에 설치한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의 미사일을 철수하겠다는 제안이었다.
니키타 흐루쇼프는 케네디에게 “미국이 쿠바를 침략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소련은 체면을
유지하면서 쿠바에서 미사일을 철수할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1)
위크리크스의 폭로가 곤경에 빠트리는 것은1962년과 같은, 전쟁을 피하려는 외교인가 아니
면 전쟁을 도모하는 외교인가? 이런 질문이 성립하는 것은 정보 유출의 심각성이 경우에 따
라 다르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가령 세르비아의 알바니아계 인종청소계획인 ‘말발굽 작전’
(Potkova Plan)이 독일군의 코소보전 개입을 위해 조작된 것이라는 사실이 폭로되었을 때, 펜타
곤이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허풍을 떨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지적했을 때 백악관
은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았다.
어떤 이들은 미국 대사관 방문 사실을 폭로하면 방문자의 신변이 위험해진다고 경고한다. 그
러나 이런 종류의 비밀 폭로가 위험한 것이라면,(아직까지 이로 인한 희생자가 나왔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 없다) 비밀 보안이 그토록 허술한 것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혹자는 정치적 위험
을 경고한다. 2006년 프랑스 사회당 당수 프랑수아 올랑드는 조지 W. 부시가 보낸 사절에게 프
랑스가 이라크 전쟁에 반대한다는 사실이 “지나치게 공개됐다”고 말했다. 사회당의 피에르 모
스코비치는 미국과 프랑스의 관계는 항상 “좌파가 정권을 잡았을 때 더 좋았다”며 아양을 떨었
다. 이들은 차라리 몇십 년 뒤에 자신의 발언이 공개되기를 원했던 게 아닐까?
그러나 한 국가의 사절은 단순한 메신저가 아니다. 면담 상대가 자신의 국가 정책에 보낸
지지를 과장함으로써 사절은 자신이 수행한 임무를 효과적으로 부각시킬 수도 있다. 그런데
특정 인물이 미국 외교관과 만나서 한 발언은 발언 당사자를 통해 진위 여부가 확인되지 않
는다. 따라서 그 발언을 공개하고 싶다면 그것이 명백한 사실처럼 보이게 하면 그만이다. 다
시 말해, 그 내용은 사람들이 이미 추측한 것과 일치하면 된다.
미국의 보안 문제에 관해 미 국방부 장관 로버트 게이츠는 차분한 반응을 보인다. “미국과 협
상을 벌이는 나라들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 그렇게 한다. 미국이 좋아서도 아니고 미국을 신뢰하
기 때문도 아니다. 우리가 비밀을 엄수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아니다.”(2)
글•세르주 알리미 Serge Halimi
번역•�정기헌 guyheony@gmail.com
파리8대학 철학과 석사 수료.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 졸. 주요 역서로 <프란츠의 레퀴엠> 등이 있다.
글•�홍세화 편집인 editor@ilemonde.com
각주
(1) Graham T. Allison, <Essence of Decision: Explaining theCuban Missile Crisis>, Little Brown and Company, 보스턴,1971.
(2) 2010년 11월 30일 화요일, 펜타곤 기자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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