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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문제] 구글, 언어자본주의의 빅브러더

작성자 : 최고관리자

Date : 2013-03-20 09:53 | Hit : 1,671

38호 2011년 11월 11일 (금) 16:05:25 프레데리크 카플랑 info@ilemonde.com

구글의 역사는 두 가지 알고리즘으로 이루어졌다. 첫 번째는 사용자가 원하는 특정 단어에 부합하는 웹페이지를 찾아주는 해법으로, 구글이 누리는 인기의 원천이다. 두 번째는 이런 단어에 상품가치를 부여하는 방법으로, 구글에 부(富)를 안겨주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에 재학 중이던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개발한 첫 번째 연산법은 새로운 웹페이지 검색 방식이었다. 구글이 탄생한 1998년에도 이미 검색엔진은 하나 또는 여러 개의 단어를 입력하면 이를 포함한 페이지를 찾아주는 기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은 해당 표현의 등장 횟수만을 집계하는 순진한 분류 방식을 사용했다. 웹이 확대됨에 따라 이용자에게 제공되는 검색 결과는 혼란스러움만 더했다. 반면 구글 창업자들은 어떤 웹페이지의 적절성을 결정하는 데 해당 페이지를 가리키는 하이퍼링크 수를 바탕으로 삼았다. 이는 오래전부터 학술논문의 인지도 평가에 사용된 원칙을 모방한 것이었다. 웹 규모가 커질수록 구글은 더욱 정교한 분류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처럼 탁월한 직관에 힘입어 구글은 2000년대 초부터 제1의 웹 포털로 부상했다. <<원문 보기>>

단어 상품화와 언어 투기화

많은 관측자들은 구글이 어떻게 서비스를 통해 수익을 내는지 궁금해했다. 구글을 세계에서 손꼽히는 부자 회사로 만들어준 공신은 바로 두 번째 알고리즘이었다. 인터넷 사용자가 검색하면 구글은 여러 개의 링크를 보여주는데, 여기에 기업 홈페이지로 연결된 단문 광고를 곁들인다. 이 광고들은 검색 결과보다 앞서 제시된다. 광고주는 자신의 광고와 연계되기를 희망하는 표현이나 키워드를 선택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용자가 ‘바캉스’라는 검색어를 입력할 때마다 광고를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광고료는 제시된 링크를 사용자가 실제로 클릭해 해당 사이트를 방문했을 때만 지급한다. 어떤 광고가 동반하게 될 검색어를 선정하는 알고리즘은 다음과 같이 3단계로 이루어진 경매 시스템에 기반하고 있다.

첫째는 키워드 경매다. 기업은 가령 ‘바캉스’처럼 어떤 표현이나 단어를 선택하고, 이를 검색한 인터넷 사용자가 자사 홈페이지를 방문할 때 지급할 최고 가격을 책정한다. 구글은 검색 결과 첫 페이지에 등장하기 위해 적정한 응찰 가격대를 제시함으로써 단어 구매자들을 돕는다. 구매자들은 광고를 특정 날짜나 장소로 한정할 수도 있다. 그런데 다음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입찰 가격이 높다고 광고가 상단에 표시되는 것은 아니다.

둘째는 광고 품질 지수 산정이다. 구글은 광고가 등장할 때마다 사용자의 요구에 비춰본 문구의 적절성, 제시된 페이지의 품질(콘텐츠의 흥미도, 로드 속도), 광고의 평균 클릭 수에 따라 1부터 10까지 점수를 매긴다. 이 지수는 해당 광고가 얼마나 제 기능을 다하는지 측정함으로써 광고주에게는 적절한 피드백을 주고 구글에는 막대한 수입을 안겨준다. 제시된 링크를 네티즌이 실제로 클릭했을 때만 구글에 돈이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 지수를 결정하는 정확한 계산 방식은 비밀에 부쳐져 있고, 구글은 이를 재량껏 변경할 수 있다.

셋째는 순서 계산이다. 광고의 등장 순서는 비교적 단순한 공식에 따라 결정된다. 즉, 입찰액에 품질 지수를 곱해 순서가 정해진다. 금액을 낮게 제시했더라도 높은 점수를 받아 이를 상쇄하면 앞쪽에 등장할 수 있다. 이렇듯 구글은 네티즌이 광고를 클릭할 가능성을 최적화한다.

이런 경매 메커니즘은 사용자의 검색 요청이 있을 때마다 재가동된다. 그 횟수는 1초당 수백만 번에 달한다. 미국 마운틴뷰에 본사를 둔 구글은 이 같은 두 번째 알고리즘 덕분에 2011년 3분기에만 97억2천만 달러라는 엄청난 수입을 거둬들였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3% 증가한 수치다.(1)

구글이 탄생시킨 언어시장은 이미 글로벌한 다국어 공간이다. 이곳에서 발생하는 단어 거래를 보면 전세계에서 이뤄지는 커다란 의미론적 흐름을 비교적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구글은 수집된 데이터 일부를 이용해 단어의 가치 변동을 관측하는, 단순하면서 유익한 도구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언어시장이 계절 변화에 따라 어떻게 요동치는지 알 수 있다. 겨울에는 ‘스키’, ‘등산복’ 등의 단어가, 여름에는 ‘비키니’, ‘선탠 크림’ 등의 표현이 상한가를 친다. 또한 ‘금’이라는 단어의 가치 등락은 세계의 금융 상태를 보여준다. 구글은 경쟁이 치열한 단어(‘사랑’, ‘섹스’, ‘무료’)나 유명인의 이름(‘피카소’, ‘프로이드’, ‘예수’, ‘하느님’) 판매를 통해 많은 돈을 벌어들이지만 아울러 입찰자가 별로 없는 언어 영역에서도 짭짤한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름 붙일 수 있는 모든 것은 경매에 부칠 수 있다.

구글은 자본주의 영역을 언어로까지 확대하고, 단어를 상품화하고, ‘언어 투기’를 바탕으로 놀라운 수익성을 갖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수백만 이용자의 전자우편을 관리하고 지구상의 미출간 서적 일체를 디지털화하는 등 구글의 다른 프로젝트들과 기술혁신도 이런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다. ‘언어 자본주의’의 주역들이 두려워하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바로 언어가 자신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파괴되고 맞춤법이 무너져 더 이상 공식을 세울 수 없게 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다. 단어의 철자를 잘못 입력하면 구글은 이를 즉시 바로잡아준다. 그런데 이런 서비스는 비단 사용자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별 가치 없는 재료(철자가 틀린 단어)를 직접 수익을 가져다주는 경제적 자원으로 변환하는 것이 목적이다. 마찬가지로, 사용자가 검색창에 입력하기 시작한 문장을 구글이 자동 확장 완성하는 것도 단지 시간 절약을 돕는 차원이 아니다. 이는 구글의 돈벌이 수단인 언어 영역으로 사용자를 인도하고 다른 네티즌들이 거쳐간 통계적 틀에 끼워 맞추려는 것이다. 언어 자본주의는 언어 규제를 부추기는 기술을 동원하는데,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표현을 수정하고 완성시키도록 한다. 이로써 언어 규제화가 효과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

통제를 위해 맞춤법을 수호하라

그렇다고 음모론을 논하자는 것은 아니다. 구글은 언어를 마음대로 변형할 의도가 없다. 앞서 언급한 언어 규제는 구글이 구축한 비즈니스 모델의 당연한 귀결일 뿐이다. 언어 자본주의가 활개치는 세상에서 성공하려면 어느 현존 언어학자보다 뛰어난 ‘언어 지도’를 작성해야 한다. 이 점에서도 구글은 이용자와 유례없는 언어적 친밀성을 조성하는 혁신적 전략을 개발했다. 우리가 구글 인터페이스를 통해 의견을 표현하는 일이 갈수록 잦아진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제 구글로 단순히 검색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지메일(Gmail)에서 전자우편을 쓰고, 구글 독(Google Docs)으로 문서를 작성하며, 소셜네트워크인 구글플러스(Google+)를 이용하거나, 구글이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 적용한 음성 인식 인터페이스를 통해 구두로 정보를 전달할 수 있다. 하루에도 수백만 명이 구글을 매개로 글을 쓰고 말을 한다. 구글이 끊임없이 정교화하며 다양한 요구사항을 연계하는 다국어 통계 모델이 학계에서 매년 발간하는 사전보다 최신 정보를 훨씬 정확히 반영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구글은 언어의 움직임을 시시각각 추적한다. 최초로 언어에서 엄청난 부(富)의 광맥을 발견하고 그 활용에 필요한 수단을 구축했다.

이처럼 지금까지 등한시해온 영역의 자본주의, 즉 언어 자본주의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경제 전쟁이 시작됐다. 물론 구글이 크게 앞서 있지만 새로운 경합의 법칙을 파악한 경쟁자들이 결국 등장하고 말 것이다. 그 법칙은 따지고 보면 단순하다. ‘주의(注意)의 경제’를 벗어나 ‘표현의 경제’로 진입하는 것이다. 즉,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것이 아니라 말과 글을 매개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언어를 모델화하고 굴절시키며 통제하는 언어시장을 탄생시켜 언어를 대상으로 투기할 수 있게 최대한 많은 사용자들과 지속적이고도 내밀한 언어적 관계를 발전시키는 자들이 이런 경쟁의 승자다. 이제 언어의 이용을 두고 갖은 탐욕이 넘쳐나고 있다. 이로 인해 언어 자체의 모습이 변하기까지는 분명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다.

글. 프레데리크 카플랑 Frédéric Kaplan (스위스 로잔연방공과대학 연구원)
주요 저서로 <사물의 변모>(La métamorphose des objets·FYP Editions·Limoges·2009), <인간, 동물, 그리고 기계>(L’Homme, l’Animal et la Machine·CNRS Editions·Paris·2011) 등이 있다.

번역. 최서연 qqndebien@naver.com
한국외국어대 통·번역대학원졸. 역서로 <텔레비전의 종말>(2007) 등이 있다.

(1) 구글은 2011년 3분기에 92억2천 달러의 수입과 27억3천만 달러의 순수익을 거두었다. www.techcrunch.com, 2011년 10월 13일.